쿠팡 허브. 쿠팡 물류 센터는 허브를 제외하고 모두 최저시급이다.
최저시급보다 약간 더 높은 임금을 지급한다.
그만큼 힘들다.
HUB의 거의 모든 공정을 경험해 봤으니 공정별 특징을 풀어볼까 한다.
PB 장
PB는 Plastic Bag의 약자로 쿠팡 특유의 그 ‘비닐 포장’을 의미한다.
PB 장은 크게 두 공정으로 나뉜다.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으나 출고 공정에서 쏟아져 나오는 비닐들을 바코드가 잘 보이도록 펴서 분류기 위에 올려놓는 공정
그리고 분류기를 거쳐 나온 상품이 제대로 나왔나 확인해 보고 토트 박스에 담아 ‘캠프’공정으로 가는 소터에 태우는 공정.
쿠팡 허브에서 쓰는 PB소터와 가장 유사한 모양이다.
소터에 상품을 올리는 공정을 맡았다면 저 빨간 트레이 위에 비닐(PB) 택배를 열심히 올릴 것이고 토트 박스에 담는 공정을 맡았다면 아래 사람 그림이 있는 곳에서 근무한다
쿠팡 허브 PB장 – 소터에 상품을 올리는 공정
출근부터 퇴근 때까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뒤엉켜서 내려오는 비닐 택배들을 하나씩 펴서 소터(분류기) 위 레일에 올리는 작업을 한다.
기계가 택배의 바코드를 읽고 분류를 해야하기에 송장이 붙어있는 면으로 펴서 올린다.
큰 힘을 쓸 일은 없다.
다만 8~9시간 동안 서서 컨베이터 벨트와 레일 사이에서 쉬지 않고 반복하는 정말 지루한 작업이다.
힘은 안 드는데 정말 지루하다.
구조상 화장실 가려면 앞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작업대를 1~2명의 작업대를 잠시 접고 나가야 한다.
요즘에 허브에도 여성을 많이 쓰는데 요즘은 여성 위주로 이 공정에 투입될 것 같다.
쿠팡 허브 PB 장 – 소터를 거쳐 나온 상품을 토트 박스에 담는 공정
제목 그대로 소터(분류기)를 거쳐 나온 상품을 토트 박스에 담는 공정이다.
한 사람당 10개~20개 정도로 분류된 구역을 담당하는데 분류기에서 나온 택배들이 박스로 자동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제대로 분류되어 나온 것인지 사람이 확인을 하고 박스에 담는다.
물건을 제때 빼지 못해 일정량 이상 쌓이면 경보음이 울린다. 후다닥 뛰어가서 빼야 한다. 경보음이 울리는 상태에서는 레일에 올려져서 돌고 있는 택배가 나오지 못하고 그냥 위에서 한 바퀴 다시 돈다.
그리고 이 경보음이 울리는게 관리자가 보는 현황판에 뜬다고 하더라.(진짜일까?)
관리자들이 보통 ‘경보음 계속 울리면 곤란해진다’라는 식으로 말한다.
그렇기에 빨리 빼야 한다.
분류기를 돌며 걷는 게 힘든 공정.
OB 집품도 만만치 않게 걷지만 UPH 라는 정확히 측정된 성과가 있는데 이 공정은 UPH가 없어서 빠릿빠릿하게 빨리 걸으면서 도는 게 관리자에게 나의 성실한 근무 태도를 과시하는 방법이다.
반대로 물건 조금씩만 나온다고 너무 천천히 걸어다니면 관리자가 나의 성실한 근무태도를 알 수 없다..
허브에서 쓰는 토트 박스는 이렇게 생겼다. IB, OB에서 쓰는 토트 박스와는 다른 모양이다.
쿠팡 허브 캠프
쿠팡에서의 ‘캠프’는 다른 택배사의 ‘서브'(Sub)와 같은 개념이다.
그런데 허브에서 말하는 ‘캠프’공정은 캠프로 보내는 물건을 적재한다고 그냥 ‘캠프’라고 부른다.
‘쿠팡 허브 상하차 알바’로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게 이 ‘캠프’공정의 후기다.
엄밀히 말하면 상하차가 아니다. 허브 내에 진짜 다른 택배사랑 똑같은 ‘상하차’공정이 있는데 ‘캠프’공정에 비해 근무 인원이 아주 적어서 잘 모를 뿐이다.
진짜 ‘상하차’는 아래에서 언급할 것이다.
쿠팡 허브 캠프 – 게이트, 적재
‘게이트’와 ‘적재’ 작업자가 따로 있는데 경우에 따라 ‘게이트’와 ‘적재’를 같이 하기도 한다.
한 분류기에서 나오는 물량이 많은 경우는 ‘게이트’업무를 하는 사람이 따로 있고 이 경우는 분류기에서 내려온 박스들은 적재 공정으로 보내고 토트 박스가 내려오면 리빈 월(Rebin Wall)에 있는 작업자에게 보낸다.
(‘리빈 월’에 대한 설명은 아래에 있다.)
적재 작업자들은 송장에 적힌 지역, 배송 형태에 따라서 지정된 팔레트 위에 물건을 적재한다.
예를 들어 송장에 송파1, 일산1이라고 적힌 택배가 내려오면 그에 맞게 분류해서 적재를 하면 되고 W2, T1, F3 등으로 배송 형태(배송시간에 따라서 배송 형태가 여러 가지다.)에 따라 그에 맞는 팔레트에 적재를 하면 된다.
빨간 네모로 표시한 부분이 일산1, 송파1 같은 지역이 찍혀 나오는 부분이다.
아래에 ‘W2’라고 적힌 게 배송 타입이다.
안 무너지게 쌓는게 중요하다.
물류용 랩으로 감으면서 쌓아올리면 된다.
처음 해보는 사람은 한번 랩 감아보면 온몸이 쑤신다.
하지만 상하차에 비하면 할 만한 수준.
물량이 적은 시간대에는 얘기하고 놀면서 일해도 되지만 가끔 물량이 쏟아져 나올 때 (주로 마감시간 임박)는 적재속도가 물건이 나오는 속도를 못 따라가서 레일 위로 택배가 넘치는 아수라장이 된다.
할 일 없으면 적당히 눈치껏 놀아도 관리자가 크게 압박을 안 하는 공정이다.
쿠팡 허브 캠프 – 리빈 월
아까 게이트 작업자가 토트 박스는 리빈 월 작업자로 보낸다고 했다.
정식 명칭은 ‘리빈 월’로 알고 있는데 쿠팡 허브 현장에서는 뭐라고 부르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리빈 월 작업자는 송장에 적힌 ’33번’숫자를 보고 그에 맞는 토트 박스에 넣는 작업을 한다.
토트 박스가 다 차면 리빈월 뒤의 적재 작업자가 팔레트에 적재를 한다.
큰 힘을 쓸 필요가 없어서 요즘은 여성을 여기에 넣는 추세이다.
쿠팡에도 진짜 상하차가 따로 있다?
있다.
경험자가 극소수라서 쿠팡은 전부 다 팔레트에 쌓으면 지게차가 상하차 하는 줄로 아는데
일반 택배사처럼 컨테이너 박스나 11톤 탑차에 상차 하차 하는 공정이 있다.
다른 먼 지역의 물류센터에서 온 물건을 상하차 하거나 쿠팡친구(쿠팡맨)이 직접 가지 못하는 지방의 경우 CJ대한통운이나 한진택배에 차 째로 넘긴다.
이 작업을 할 때 진짜 일반 택배사와 똑같은 상하차 작업을 한다.
약간 다른 점 하나는,
보통 택배사는 상하차 하는 아저씨들이 많이 사나운데 쿠팡에서의 상하차는 아무것도 모르고 온 피지컬 좋은 20대 극 초반 애들이 한다.
보통 2~3명이서 한 조로 일 하는데 하차를 아주 빠르게 하면 분류기가 감당을 못해서 컨베이어 벨트가 서거나 ‘캠프’공정의 레일에서 물건이 넘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어느 하차든 일정한 속도로 하면 재미가 없다.
가끔은 같이 하차하는 2~3명끼리 서로 경쟁하듯 전력으로 하차하다가 천천히 하다가 하면 덜 지루하다.
전력으로 하차 하다가 레일에 물건이 너무 밀러서 레일이 서거나 ‘캠프’공정의 레일에서 물건이 넘쳐 흐르는 걸 보면 ‘아 내가 열심히 일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