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퀵플렉스를 2달 동안 하며 느낀 현실, 대리점과의 관계, 단가 등에 대해서 정리했다. 승용차로 하는 쿠팡 플렉스를 1년 넘게 했었지만 프리랜서 자격으로 하는 쿠팡 플렉스와는 달리 연 단위 계약을 맺고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하는 퀵플렉스는 또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쿠팡 퀵플렉스를 시작하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내용들을 정리해두었다.
쿠팡 플렉스와 쿠팡 퀵플렉스의 차이
쿠팡 플렉스
- 화물차가 아닌 승용차로 하는 배송
- 운송료를 프리랜서 형태로 지급 – 알바, 플랫폼 일용직 노동의 성격이 강하다.
- 매일매일 업무 신청을 하고 확정되면 캠프(터미널)에 가서 물건을 싣고 배송함
- 매일매일 배송 노선이 바뀐다.
쿠팡 퀵플렉스
- 승용차가 아닌 택배 배송용 화물차로 하는 배송
(영업용 넘버 필요. 아, 바, 사, 자 번호판을 구매하거나(2천만 원대) 택배 전용 ‘배’넘버를 신청하면 된다.) - 화물 운송자격증 필수
-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하는 것이며 세금계산서를 발행한다.
- 대부분 주 6일이 기본이다. 백업 기사(휴무 대타 기사)를 구하면 주 4~5일 하기도 한다.
- 계속 같은 노선을 고정으로 탄다.
쿠팡 퀵플렉스를 시작한 계기
다른 택배사와는 달리 쿠팡 퀵플렉스에는 단기간 돈을 모으기 위해 들어온 사람들이 많은 것 처럼 느껴졌다. 나도 그랬다. 원래 하던 자영업에서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부분은 다 잘라내고 하루 한두 시간만 일해도 돌아갈 수 있도록 바꾸어놓았다. 그리고 야간에 퀵플렉스를 해서 바짝 벌어서 돈을 모으려고 시작했다.
타 택배사와 다른 쿠팡의 특징
퀵플렉스 휴일 – 대부분 평일에 쉰다.
쿠팡을 제외한 대부분의 택배사는 월~토 주 6일로 돌아가지만 쿠팡은 휴무 없이 주 7일로 돌아간다. 그렇기에 타 택배사들은 일요일에 모든 기사들이 쉬지만 쿠팡은 평일 휴무를 권장한다. 대부분 평일에 하루를 정해서 쉰다. 쉬는 날은 대리점의 백업기사가 대신 배송하거나 캠프의 쿠팡 친구(구 쿠팡맨)들이 배송을 한다.
상차를 2~3번 한다.
주간의 경우에는 2번, 야간의 경우에는 캠프 3번에 들어가서 상차를 한다.
이를 2회전, 3회전이라고 부른다.
초창기에 퀵플렉스를 시작한 경우는 야간도 2회전을 하는 경우가 있었으나 요즘은 대부분 3회전을 한다.
주간은 오전 7시 또는 오전 11시 내외로 입차를 해서 상차를 한 번 하고 배송 중에 오후 3~4시 경에 캠프에 돌아와 주간 신선, 당일 배송 상품을 싣고 다시 배송 출발을 해야 한다.
야간은 오후 9~10시 첫 번째 입차, 오전 1시 내외 두 번째 입차, 오 3~4시에 세 번째 입차 해서 상품을 실어야 한다.
프레시백 회수를 해야 한다.
‘프레시백’은 쿠팡 신선제품 배송에 사용하는 보냉 가방이다. 배송 후에는 이 보냉 가방을 회수해야한다. 내가 배송한 보냉 가방을 직접 회수하는 방식은 아니고 내 노선에 있는 보냉 가방 중에 회수가 필요한 것들이 배송 앱의 지도와 회수 목록에 뜬다.
이 프레시백은 내가 배송한 것일 수도 있고 내가 아닌 다른 근무시간대에 다른 사람이 배송한 것일 수도 있다.
회수 단가가 부가세 포함 110원~220원이라 지도에 뜬 위치로 가서 회수하고 펴서 정리하고 안에 든 아이스팩에 물 빼고 버리는 일을 하면 최저시급 이하로 회수업무를 하는 꼴이다.
이거 자체로 돈을 번다는 생각보다는 ‘노선 관리 업무’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해야하는 일이다.
캠프마다 회수율 요구 조건이 조금 다를 수는 있으나 주간의 경우는 회수율 7~80%를 넘겨야 한다. 앱에는 회수 할당이 들어와있으나 집 앞에 프레시백이 없는 경우가 있다.
집 앞에 없다고 회수를 하지 않으면 회수율이 떨어지기에 문자를 남기거나 벨을 눌러 고객에게 불편을 주더라도 프레시백 회수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야간은 전화나 벨을 누를 수 없기에 회수율 기준이 50% 정도인 편이다.
주간보다 회수율이 낮다고 대충 회수해서 될 일이 아니다. 야간은 싹싹 긁어서 회수해도 60~70%가 나온다. 대충 하라고 회수율 50%가 아니라 애초에 회수율이 높게 나올 수 없기에 주간보다 낮은 50%를 기준선으로 잡은 것이다.
다만 모든 배송을 오전 7시까지 끝내야 하기에 배송시간이 모자란다면 배송을 먼저 끝내고 프레시백 회수를 위해 내 구역을 한 바퀴 더 돌아야 한다.
- 왼쪽 사진 : 배송하면서 근처에 있는 프레시백을 회수하고
- 오른쪽 사진 : 프레시백을 일일이 펴서 캠프에 반납을 해야한다.
그깟 돈 안되는 프레시백 회수 안 하면 안될까?
쿠팡은 불이익을 줄 수 있는 키를 쥐고 있기에 돈이 안되더라도 해야 한다. 대표적인 제도가 ‘클렌징’제도이다.
쿠팡의 클렌징 제도
대부분의 택배사는 배송 구역의 권리를 대리점이 갖고 있다. 아무리 배송을 엉망으로 하더라도 대리점에서 기사를 교체할지언정 대리점이 교체당하는 경우는 적은 편이다.
쿠팡의 클렌징 제도는 쿠팡로지스틱스(쿠팡의 배송 담당 자회사)에서 대리점에 배정한 배송 구역을 회수하는 제도이다.
쉽게 말하면 대리점에 준 이권을 회수하는(빼앗는) 제도이다.
대리점과 기사 모두 그 구역에 ‘권리’가 없기에 쿠팡 퀵플렉스로 들어갈 때는 소개비, 취업비, 권리금 같은 게 일절 없다.
타 택배사는 일부 대리점에서 소개비, 취업비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지만 쿠팡은 대리점이 배송 구역에 대한 권리 주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소개비, 취업비가 있어서는 안 되고 또 쿠팡에서도 그것을 금하고 있다.
그리고 클렌징 여부를 평가하는데 반영되는 척도가 모두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가장 대표적인 게 ‘프래시백 회수율’이다.
배송하기 힘든 노선은 클렌징이 없다는 소문이 있지만 쿠팡에서는 대리점별(업체별) 회수율을 따지기 때문에 배송하기 힘든 노선에서 회수율을 다 깎아 먹으면 수입이 크고 배송하기 쉬운 노선 (이른바 꿀 노선)을 회수할 가능성이 올라간다.
즉, 힘든 노선 타는 기사가 대충 하면 쉬운 코스 타는 기사의 밥그릇이 날아갈 수도 있는 방식이다.
쿠팡 퀵플렉스 현실 수입
단가
2023년 하반기 기준 수도권 야간 기준으로 배송이 편한 아파트 노선들은 900~950원 수준. 주택가처럼 배송 난이도가 높은 노선들은 1050원도 있다.
단가는 조금씩 내려가는 추세이다.
주간은 이제 750원대도 있다.
운송사업의 특성상 난이도가 같은 노선인데 누구는 협상을 잘 해서 단가가 높고 누구는 단가가 낮은 경우도 있다.
대리점 수수료
대리점에서 수수료를 떼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이다.
- 원청 단가(쿠팡로지스틱스-대리점계약)의 3%~10% 공제
- 원청 단가는 공개 안 하고 기사가 받는 단가만 알려줌
위의 단가 문단에서 적은 단가는 기사가 받는 단가 기준으로 적었다.
대부분 기사가 받는 단가를 800원, 900원 이런 식으로 정해두고 원청 단가 사이의 수수료를 대리점에서 떼는 방식이다.
쿠팡 퀵플렉스 내 수입
퇴사한지 오래되어서 ‘월급’이란 말이 이질감이 느껴지지만 뭐 일종의 월급이다.
4월 25일 ~ 5월 26일 동안의 매출이다.
이 기간 동안 탑차 유류비는 16만 원 들었다.
탑차는 900만 원에 산 8년, 10만 km정도 탄 수동변속기 중고차이다.
이렇게 한 달 반 만에 차값 뽑았다.
마감시간 압박때문에 쫄아서 물량을 좀 뺐더니 매출 600만 원 겨우 넘겼다
주간과 야간의 수입차이
돈을 더 많이 벌고 싶다면? 주간을 추천한다.
밤이든 낮이든 짧은 시간 일하고 싶다면 노선마다 다르겠지만 야간이 조금 더 낫다.
(마감시간 압박 때문에 프레시백 회수하러 한 바퀴 더 돌면 야간 근무시간이 주간보다 더 긴 경우도 있음)
월급제, 시급제 근로자라면 같은 일을 하면 당연히 야간이 월급이 더 많다.
하지만 퀵플렉스는 꼭 그렇지 않다. 안 그런 경우가 더 많다고 봐야 할 것이다.
퀵플렉스 야간은 오전 7시까지 배송을 꼭 끝마쳐야 하기에 욕심내서 많은 물량을 배송할 수 없다. 물량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 입차 전에 물량을 미리 빼야 한다. 같은 대리점의 다른 기사에게 요청을 하거나 캠프에 요청을 해서 쿠팡 친구에게 물량을 나누어주어야 한다.
즉, 더 많이 배송하고 싶어도 오전 7시라는 제한이 있다.
그리고 오전 7시까지 다 배송하지 못하는 사건을 ‘던미스'(뜻 : Done miss)라고 부른다.
쿠팡 배송하면서 정말 많이 듣게 되는 용어다.
그리고 위에서 서술했듯 물량이 많아서 배송시간이 촉박하면 오전 7시 배송마감한 뒤에 프레시백 회수하러 다시 한바퀴를 더 돌아야 한다. 오전 8~9시까지 추가 노동이 더 들어가는 셈이다.
주간은 초등생 하교 러시, 퇴근 러시와 겹쳐서 야간보다 이동이 느리긴 하지만 밀집도가 높아 시간당 배송량은 일반적으로 주간이 높은 편이다.
그리고 주간은 신선, 당일 배송 제품만 시간 내에 배송 완료하면 되기에 던미스 압박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주간이 단가는 낮지만 배송 효율이 높고, 마감시간 여유가 더 있어 많은 양을 배송할 수 있기 수입은 주간이 더 클 수도 있다.
다만 주간의 문제점은 이미 자리가 많이 차서 몸이 편한 노선은 거의 없다. 계단을 많이 타거나 골목이 좁아 주차가 어려운 배송 난이도가 높은 구역(라우트)만 남아있다.
또 아주 크고 무거운 상품이 야간보다 많이 나온다. 야간은 대부분 프레시백이거나 비닐포장된 작은 상품이 대부분이다.
주간은 하루에 열 댓 건 나온다.
근로자로서 월급을 받는 입장이면 반드시 야간이 시급이 더 높고 수입도 더 높지만 현재 퀵플렉스는 야간이 몸 상하는 것에 비해서 돈을 많이 받는 건 아닌 것 같다.
시작해 보지 않는 이상은 비교가 어렵지만 일반적인 다른 회사의 일처럼 야간이 훨씬 더 많이 벌어가는 구조는 아니다.
쿠팡 퀵플렉스와 관련한 글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궁금한점이 하나 있어 질문드립니다!
주간을 신청해서 한달 정도 뒤에 일을 할 예정인데 좀 빡세게 돌고 주 6일을 일하면
650~700이상 정도 버는게 가능한일일까요?
사바사지만 배달대행 경력은 있어서 배송에대한 감은 알고 있습니다
댓글을 이제야 봤습니다. 답글이 좀 늦었네요.^^;
제가 야간 할 때 매출이 700만 원 중반대였고 부가가치세, 기름값 떼고 600만 원대를 살짝 넘었습니다. 물론 주 6일이었구요.
650~700을 기대하신다면 매출이 700후반~800 정도 나와야 합니다.
주간이든 야간이든 매출 700만 넘어도 꽤 상위권 매출입니다. 초보자는 힘들 수도 있으나 한 두달 이 악물고 숙달하면 가능한 수준입니다. 게다가 주간이라면 시간압박이 덜 한편이라 체력만 된다면 800도 불가능의 영역은 아닙니다.
다만 구역이 정해져있는 일이다보니 내가 배송을 아무리 잘 해도 구역이 좁아서 물량이 적으면 매출에 한계가 생깁니다.
이미 구역이 정해지신 것 같은데 매출을 더 올리고 싶으시다면 대리점과 협의해서 더 물량 많은 구역으로 가거나 근처 다른 기사의 물량을 더 받아 올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