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한국인인가요?
어쩌다 중국 담당자가 되면서 나도 참 혼란스러웠던 부분인데 한국인이 이 개념을 혼란스러워 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이다.
첫 번재는 ‘민족’과 ‘국가’의 개념 구분 미숙
두 번째는 ‘조선’이란 단어의 오해.
한국인은 ‘민족’과 ‘국가’의 구분이 모호하다.
민족이란?
일정한 지역에서 오랜시간동안 공동생활을 하면서 공통의 문화위에 역사적으로 형성된 사회 집단.
국가란?
영토와 사람으로 이루어져있고 주권을 가지고 있는 통치하는 사회집단
그럼 한국인의 민족과 국가는?
한국인은 대부분 한민족(韓民族)이고 한국과 일본에서는 ‘한민족’으로 부르고 중국과 북한에서는 ‘조선민족'(朝鲜民族)으로 부른다.
초등 교과서에서 부터 꾸준히 나오는 ‘한민족’이란 단어는 ‘하나의 민족’이란 뜻이 아니라 ‘한국’의 민족이란 뜻이다.
한국인의 국가는 ‘한국’이다.
한자 문화권에서 ‘조선’의 의미.
이씨 조선 시대는 이미 막을 내렸기에 한국인들은 한국 밖에서 ‘조선’이라는 명칭을 아무도 안 쓰는줄 알지만.
아직 한자문화권에서 ‘조선’이라는 명칭은 심심찮게 쓰인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북한’이라고 부르는 저 집단의 정식 명칭은 ‘조선’이다.
중국은 남한을 ‘한국’이라 부르고 북한을 ‘조선’이라 부른다.
일본은 한국을 ‘한국’이라 부르고 북한을 ‘북조선’이라 부른다.
그러면 한국과 북한이 모두 있는 이 한반도를 뭐라고 부를까?
중국, 일본 모두 이 한반도를 ‘조선반도‘라고 부른다.
‘한반도’라는 명칭은 전 세계에서 한국만 ‘한반도’라고 부르고 나머지 북한, 중국, 일본 모두 ‘조선 반도’라고 부른다.
이렇게 이 땅에 대한 명칭이 각각 다르다.
심지어 북한의 그 ‘조선’은 대한제국 직전의 이씨조선을 의미하는게 아니라 단군의 ‘고조선’을 승계한 ‘조선’이다.
북한의 역사교육은 서울과 그 이남을 수도로 삼았던 백제, 신라, 이씨조선을 평가절하 하는 교육을 한다.
반면 평양 또는 그 이북을 수도로 삼았던 고려, 고구려 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교육하고 있다.
중국에서 ‘조선’과 ‘조선족’의 뜻.
중국은 북한과 같은 사회주의 체제이다. 1992년 한중 수교이후 한중간의 무역 거래가 늘면서 한국과 중국이 어느정도 가까워졌지만 본디 북한
한국인에게 ‘조선’이라 하면 이씨 조선을 떠올리지만 중국인에게 ‘조선’이라 하면 곧 ‘북한’을 의미한다.
그리고 중국어에서 ‘조선족’은 남한, 북한을 기반으로 한 ‘한민족’을 의미한다.
일제수탈, 함경도 홍수 등으로 만주지역으로 밀려난 한민족이 중국이 공산화 되면서 본토로 돌아오지 못하고 그대로 국적이 중국인이 되었다. 이게 조선족이다.
‘조선족’이라는 단어는 어떠한 비하의 의미도 없다. 단지 ‘한민족’을 중국어와 조선어(북한어)로 ‘조선족’이라고 부를 뿐.
중국 사회에서 ‘조선족’으로 불렸고 그대로 한국으로 유입되면서 한국에도 ‘조선족’이라고 부르던것이 굳혀져 한국에서는 ‘조선족’이라는 말이 곧 ‘중국에서 유입된 한민족’을 의미하게 된 것.
번외. 대만에서 ‘조선’의 뜻.
대만은 중국어를 쓰지만 중국과는 다르게 북한을 ‘조선’이라고 칭하지 않고 ‘북한'(北韓:베이한)이라 칭한다.
조선족 문화의 특성
대부분 길림성, 요녕성, 흑룡강성이 고향이며 조선어(한국어)가 가능하기에 많은 조선족들이 임금이 더 높은 한국으로 많이 유입되었다.
그리고 중국에 남은 젊은 조선족들도 대부분 천진, 북경, 산동반도, 상해 등 한국과의 교역이 활발한 도시로 이주하여 살고 있다.
모든 조선족이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옛날 한국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한국의 한민족은 본토에 거주하다보니 빠른 변화에 적응하며 문화가 빠르게 바뀌었지만 해외에 거주하는 한민족들은 그 변화의 속도가 느리다.
조선족 뿐만 아니라 북미의 한국인들도 그 교민 사회를 보면 한국 사회보다는 변화가 느리다.
가정에서는 (본인들은 아니라고 부정하지만) 가부장적 문화가 아직 강한편. 90년대 한국 가정의 느낌이 강하다.
가부장적 문화가 강한 만큼 남자가 돈 벌어 오는 것에 대한 책임감도 강한 편.
직장에서는 열심히 회사를 위해 몸바쳐 일하는 한국인의 그런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직장에서의 문화는 한족에 많이 동화되었고 한국인과 조선족이 협력할 때에는 서로 자라온 사회가 다르니 서로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반드시 필요하다.
재미교포와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이 직장에서 서로 다르게 행동하는 것 처럼.
조선족도 마찬가지다.
번외. 콜라를 좋아한다.
한국은 피자, 치킨, 고기 같은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 콜라를 곁들이는 편인데 연변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다른 음식을 먹을 때도 콜라를 자주 곁들이는 편이다. 격한 노동으로 갈증해소를 할 때도 콜라를 자주 마시는 편이다.
이게 나만 이렇게 느끼는줄 알았는데 조선족과 오래 겪어본 한국 사람들 중에 이런 차이를 느낀 사람이 많았다.
이렇게 한국인의 시선으로 봤을 때 좀 이상한 상황에서 콜라를 권할 때가 있는데.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연변과의 문화 차이라고 생각하고 고맙게 받자.